게임 업계에서 ‘버그’라는 단어는 여전히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집니다. 하지만 2025년 들어 등장한 일부 버그들은 단순한 결함을 넘어, 플레이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최신 기술이 집약된 게임일수록 시스템의 복잡성이 커지고, 그 결과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더 자주 발생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출시된 주요 게임에서 포착된, 단순 오류를 넘어 ‘이야깃거리’가 된 놀라운 버그들을 심층 분석합니다.
현실을 침범한 AR 게임의 유령 버그
증강현실 기반의 『몬스터 헌터 AR퀘스트』는 현실 공간과 가상 오브젝트를 정교하게 결합해 호평받았습니다. 그러나 출시 2주 차에 ‘유령 버그’가 커뮤니티를 강타했습니다. GPS와 기기 센서 데이터가 서버와 불일치할 때, 지도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몬스터나 건물이 표시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 버그가 단순히 좌표 오류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일부 플레이어는 버그가 만들어낸 기이한 장면—예를 들어 자기 집 거실 한가운데 출현한 용이나, 도심 하늘을 가르는 거대 다리—을 SNS에 올리면서, 마치 게임이 현실 세계를 침범한 듯한 ‘디지털 괴담’이 만들어졌습니다. 개발사는 빠른 시일 내 서버 동기화 패치를 배포했지만, 이미 유튜브·틱톡에서 ‘괴담 콘텐츠’로 소비된 이 버그는 오히려 신규 유저 유입을 늘리는 예외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호라이즌: 제로 던 리버스』 – 하늘을 나는 기계 수렵 동물
게릴라 게임즈의 리마스터판은 그래픽과 AI를 대폭 개선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출시 직후 기묘한 장면들이 속속 보고됐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늘을 나는 기계 수렵 동물’ 버그입니다. 전투 도중 특정 AI 개체가 경로 데이터를 잃고, 물리 연산이 끊어진 상태에서 수직 상승하여 하늘로 사라지는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일부 유저는 이 현상을 “기계 수렵 동물의 해방”이라고 부르며 사진 모드로 기록했고, 스팀 커뮤니티에서는 ‘가장 높이 날린 적’ 콘테스트까지 열렸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경로 탐색(NavMesh) 데이터와 중력 연산이 충돌해 발생한 오류이지만, 오히려 오픈월드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초현실적 장면이 연출되며 예술적 가치로까지 해석되었습니다.
『스타필드 확장팩』 – 무한 회전하는 우주선
베데스다의 확장팩에서는 플레이어의 우주선이 특정 워프 포인트를 통과한 직후, 물리 연산이 꼬이며 무한 회전하는 버그가 발견되었습니다. 중력 벡터와 충돌 판정이 상호 간섭해 회전이 멈추지 않는 현상으로, 일부 플레이어는 20분 이상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커뮤니티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유저들은 이 현상을 ‘우주 롤러코스터’라 명명하며, 회전 각도를 측정해 랭킹을 매기는 ‘버그 챌린지’를 시작했습니다. 스트리머들은 이 버그를 라이브 콘텐츠로 활용하며 조회 수를 끌어올렸고, 팬 아트와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2차 창작까지 이어졌습니다.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 차기작』 – 투명 무기 버그
멀티플레이 모드에서 총기 모델링이 사라지고, 맨손으로 사격하는 것처럼 보이는 ‘투명 무기 버그’는 경쟁 게임 특성상 혼란을 유발했습니다. 총알은 정상적으로 발사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공기에서 탄환이 날아오는 듯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비주얼적으로는 초능력 전투처럼 보여 밈으로 확산됐지만, 대회나 랭크 매치에서는 심각한 불공정 요소가 되어, 개발사가 긴급 패치를 진행했습니다.
『젤다의 전설: 크로니클』 – NPC의 끝없는 대사 반복
오픈월드 게임에서 NPC 대사는 플레이어 몰입도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젤다의 전설: 크로니클』의 한 마을에서 NPC가 같은 대사를 무한 반복하는 버그가 발견됐습니다. 이 대사는 메인 스토리와 관계없는 일상적인 내용이었지만, 반복이 이어질수록 플레이어는 기묘한 ‘초현실 연극’을 보는 듯한 감각을 받았습니다. 일부 게이머는 이를 녹화해 ‘젤다판 다다이즘’이라 명명하고, 예술 프로젝트처럼 재편집해 공유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대화 스크립트의 종료 조건이 누락된 단순 오류였지만, 그 결과물은 의도치 않게 실험 영화 같은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최신 게임에서 발견된 버그들은 ‘버그 = 결함’이라는 단순한 정의를 넘어섭니다. 일부는 게임 몰입도를 심각하게 저해하지만, 또 다른 일부는 플레이어 커뮤니티의 창작욕과 유머 감각을 자극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합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수정 대상이지만, 유저 문화에서는 버그가 하나의 놀이이자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 2025년의 사례는, 게임이 완벽함을 추구하는 동시에 불완전함에서 탄생하는 창의성도 함께 안고 가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버그는 지워야 할 흠이자, 때로는 게임 세계를 확장하는 또 하나의 스토리텔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