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오락 수단이 아닙니다. 2025년 현재, 하나의 완성된 세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플레이어가 주체적으로 서사를 경험하도록 설계된 게임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세계관’이라는 요소가 있습니다. 올해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게임들의 공통점은 바로 탄탄한 설정과 몰입도 높은 서사 구조, 그리고 그 뒤를 이어가는 멀티엔딩과 확장 DLC입니다. 또한 제작자들이 직접 세계관 구축에 대해 밝힌 인터뷰는 팬덤의 해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2025년 기준 게이머들의 찬사를 받은 대표적인 게임 세계관과 그 구조를 분석합니다.
멀티엔딩: 플레이어 선택이 만든 평행세계
2025년을 대표하는 게임 중 하나인 《아르카디아: 잃어버린 시간》은 시간 여행을 기반으로 한 서사 중심 RPG입니다. 이 게임은 총 7개의 엔딩 루트를 제공하며, 각 루트는 플레이어가 특정 NPC를 설득했는가, 혹은 특정 시간대에서 어떤 행동을 선택했는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진엔딩’이라 불리는 루트는 게임 내에서 특별한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해금되며, 그 조건은 무려 14개의 복합 플래그로 구성되어 있어 커뮤니티에서는 “2025년판 진짜 뉴게임+”라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게임의 특징은 단순히 결말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각 루트마다 세계관 설정 자체가 확장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3번 엔딩 루트에서는 세계가 종말을 맞이하며 시간여행 능력이 영원히 봉인되는 구조인데, 그 결과 해당 루트에서만 등장하는 종족의 전설이 공개되어 수많은 해석을 낳았습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단지 '한 번 클리어'가 아닌, '전체 세계관을 해금하는 탐험'을 하게 됩니다.
또한 《엔트로피 가든》은 멀티엔딩을 통해 ‘선택의 무의미함’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던졌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결국 비극으로 귀결되는 이 게임은 반대로 “플레이어의 감정 변화” 자체를 서사의 핵심으로 삼고 있어, 결말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확장 DLC: 세계관을 확장하는 두 번째 이야기
2025년에는 많은 게임들이 ‘확장 DLC’를 통해 세계관을 유기적으로 확장해 나갔습니다. 그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노스바운드: 잿빛 연대기》의 DLC 시리즈입니다. 본편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조연 캐릭터의 배경, 소멸한 도시의 비밀, 주인공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각각 테마로 한 세 가지 DLC가 발매되며, 본편의 세계관을 정교하게 보완했습니다.
DLC에서는 기존 스토리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던 고대 신화 요소가 등장하며, 팬들 사이에서는 “사실 본편의 적이 진정한 주적이 아니었다”는 해석도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DLC 내에 등장하는 유적지의 벽화, 새로운 언어로 쓰인 기록물, 퍼즐식 정보 해금 구조는 팬덤의 탐구욕을 자극하며 수많은 해설 콘텐츠를 양산했습니다.
또한 《타르테소스의 그림자》는 단 1개의 DLC만으로 본편의 세계관을 뒤집었습니다. 원래 적대 세력이라 여겨졌던 집단이 사실은 세계를 구하려다 실패한 전사들이었다는 반전이 담긴 이 DLC는 발매 직후 커뮤니티에 ‘세계관 붕괴급 충격’이라는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며, 스토리 전체의 재해석 붐을 일으켰습니다.
DLC는 이제 단순한 추가 콘텐츠가 아니라, ‘공식 설정 확장서’ 역할을 하며, 제작자들이 의도적으로 분산 설계를 해놓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향후 "DLC 없이 세계관을 다 알 수 없다"는 공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제작자 인터뷰: 세계관의 이면이 밝혀진 순간들
게임 스토리의 매력은 단지 게임 안에만 있지 않습니다. 공식 제작자 인터뷰나 개발 로그를 통해 밝혀지는 ‘의도된 설정’은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인터뷰는 《아르카디아》의 디렉터 후지무라 케이의 공식 팟캐스트였습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실제로 모든 스토리 루트는 한 세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각각 다른 패러렐 월드로 설정한 것이 맞다”고 밝히며, 게임 내 ‘파괴된 시계탑’의 잔해가 엔딩 루트마다 모양이 다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 발언은 그동안 ‘디자인 오류’로 여겨졌던 부분이 사실은 서사적 의도였다는 것을 보여주며 팬들의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또한 《엔트로피 가든》의 시나리오 작가 한슬 민은 인터뷰를 통해 “플레이어가 느끼는 ‘무력감’이 이 게임의 진짜 주인공”이라며, 스토리를 진행할수록 선택지가 줄어드는 구조가 설계된 의도였음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설명은 당시 일부 유저들이 비판했던 게임 구조를 철학적 장치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실제로 해당 인터뷰 이후 긍정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세계관 해석의 주도권이 유저에게 있다 하더라도, 제작자의 관점은 그 퍼즐을 맞추는 핵심 힌트로 작용합니다. 2025년은 이러한 제작자 커뮤니케이션이 게임의 완성도와 몰입도에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입증한 해였습니다.
결론: 게임 세계관은 또 하나의 우주다
2025년을 대표하는 게임들의 세계관은 단지 배경 설정이 아니라, 스토리의 구조, 철학적 주제, 플레이어의 선택과 해석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복합적인 서사 구조였습니다. 멀티엔딩으로 평행세계 구조를 도입하고, DLC를 통해 새 장르로 넘어가며, 제작자 인터뷰를 통해 퍼즐 조각을 던지는 구조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게임은 이제 ‘이야기가 있는 매체’가 아니라, ‘이야기가 핵심인 매체’로 완전히 자리잡았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2026년 이후에도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아직 이 세계관들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지금이야말로 그 세계로 입장할 시간입니다.